제가 아침 신문을 읽기 시작한 것은
국민학교 3학년 무렵이었답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곤 했지만
한자가 빽빽한 신문을 매일 손에 들었던 것은
신문 연재 소설에 재미가 들려서였죠.
식구들 볼 때는 사회면 등을 펴서 읽는 척 하였지만
보는 사람들이 없을 때면 이내 세로로 씌여지고 자극적인 삽화 하나 곁들여진
소설을 콩닥거리는 가슴으로 읽어내리곤 했습니다.
어우동 같은 성인소설이나 연개소문 같은 역사소설도
그렇게 남의 눈을 피해 읽었던 신문 연재 소설이었지만
제 마음 속에 남은 신문 연재소설 중 으뜸은
1978년 조해일 의 <갈 수 없는 나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은지'라는 주인공의 이름을 따 '~지'라는 이름으로 딸의 이름을 삼고 싶었고
당시 노는 재벌집 아들들을 일컫는 '~공자'를 연상케 되었던 극중 연쇄살인의 희생자들,
또 그녀의 어이없는 죽음 앞에 자신의 삶을 바친 남자와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형사까지
하루하루 신문을 기다리며 맘졸이고 아파하고 눈물 흘리던 그 시절이
문득문득 생각이 나곤 합니다.
살아가다가 세상살이에 '벽'이 느껴질 때도 그렇고
맑은 아가씨를 볼 때도 그렇지만
해바라기가 부른 '갈 수 없는 나라'라는 노래를 들을 때
특히..
처음 그 노래를 듣게 되었을 때는
소설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엄청 화를 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무언가 내 안의 소중한 것이 훼손되는 듯한 느낌이었겠죠.
해바라기의 이주호씨는 더군다나 소설 속의 가수와는 무척 다른 이미지였으니까.
오늘은 인터넷 헌 책방에 들러
단돈 천원에 나온 소설책 <갈 수 없는 나라>를 샀습니다.
다시 읽게 되기는 어렵겠지만
문득 생각이 날 때면 꺼내어 술렁술렁~ 책장을 넘겨보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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