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6월 20일 민들레국수집

Therressa 2009. 6. 22. 10:37

우연히 모임에서 만나

서로의 집을 오가며 식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올해부터는 정기적으로 함께 봉사를 다니기로 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동갑친구와 둘이 시작해서

지난 주 토요일엔 한살 위아래인 선후배까지 4명이 다녀왔죠.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종일 빗줄기도 세차게 내려

평소보다 식당 손님들도 봉사자들도 적었던 날이었습니다.

밥 한 끼 해결하려고 영등포에서부터 온 사람,

비가 오니 단벌 신발이 몽땅 젖어 맨발로 식당에 들어선 사람,

뽀마드까지 바르고 메이커 티셔츠까지 입어 반듯한 인상의 아저씨,

90도로 허리가 휜 채 종이상자를 주으러 다니는 할머니...

모든 이에게 큰 소리치고 타박하는 대성이 아저씨의 거친 언사까지도

빗줄기 속에 잦아들었던 하루.

 

식당문 열기 전에 도착해 보니

아침 반찬은 열무 김치, 취나물, 마늘 장아찌, 배추겉절이, 맹맹한 미역국.

처음으로 보는 부실한 식단이었습니다.

친구랑 아무래도 단백질 반찬 하나는 있어야 하는게 아니냐고

계란 후라이라도 할까...해보지만

수사님의 지시가 있어야 가능한 일.

 

마침내 나타나신 수사님께서 내주신 고등어 자반을 제가 굽기 시작하고

느즈막히 허리 부여잡고 나오신 그곳 붙박이 봉사자 어머님들이 닭개장을 끓이시니

비로소 식단에 대한 안타까움이 누그러집니다.

식당 손님분들이 드시는 똑같은 음식으로 점심을 나누다보니

문득 울컥..목이 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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