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살아보기

내가 사는 집

Therressa 2012. 8. 1. 01:42

처음에 선배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지고

엄청 커다란 정원에 그림같은 집인 줄 짐작했었다(ㅎㅎ, 선배 미안~!)

한밤중에 택시에서 내려 어두컴컴한 쪽문을 지날 때..

어..이거 아닌데..했었는데..

 

도로 쪽으로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자그마한 공간에 바로 집의 현관이 있고

집 뒷쪽으로 넓은 정원이 이어진 구조는 낯익다.

바로 웨스트밴쿠버의 부자친구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의 바로 그 느낌.

에게~..에서 와~!!하던.

영국 집들에게서 보는 흔한 구조인가 보다.

넓은 뒷 정원과 사각 연못(지금은 연분홍의 연꽃이 피어있다). 

뒷 집 없이 마을 가든과 이어진 정원이라서

저녁엔 여우가 가끔씩 연못에 물마시러 오는데

사람들에 익숙해져서인지 도망치지도 않는다.

에딘버러의 칼튼 힐을 올라갈 어스름에 만난 여우도 완~전 여유부려

오히려 내가 더 긴장해야 했었으니까.

아무튼 찬란이네 증언에 따르면 여우가 거실 앞 유리창까지 와서 기웃대었다니

이곳이 한국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부엌 쪽에서 바라본 뒷정원.

카메라 렌즈 바로 앞쪽의 나무는 체리나무,

그 뒷쪽으로 딸기나무와 포도넝쿨,

또 저편으로 사과나무도 있는 집.

매일 아침 일어나면 커다란 체리나무가 흔들리는 정도로

바람의 세기를 짐작한다.

 

 

유리 거실 쪽에서 바라본 뒷정원의 끄트머리 부분.

정원이 길고 앞쪽엔 퍼팅 연습을 하셨던 듯..

골프연습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 길이 여우의 통상로.

 

작고 환한 유리집의 부엌.

난 본채가 아닌 별채를 사용하고 있다.

오븐, 레인지, 세탁기와 온갖 조리도구와 식기가 신기하게도

여기저기 제자리를 잡고 있어

음식해 먹는데 부족함이 없다.

 

 

체리나무 아래의 야외 식탁과 간이 의자.

날씨 좋은 주말이면 이 야외 식탁이 본거지가 된다.

담장 밑 만발한 나리꽃들의 화려함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리.

 

살다보니

이곳이 타운센터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자리하고 있어

버스타면 버스비도 비싸고

버스 종점 부근이라 인적도 더 드문 곳인 듯 싶었는데

하루는 지도 하나 들고

집에서 상점가까지 긴 거리를 걸어보았더니

주택가 어디나가 무척 조용했다.

인구밀도가 낮다는 느낌에

그 이후 열심히 영국 국토면적과 우리나라를 비교해 보고(2.4배 넓다)

총인구도 검색해(영국 6,200만 이상) 객관적 지표를 확인해 보니

진짜 그렇다.

통계수치가 말해 주지 않는 사실 하나는

영국은 거의 구릉지 등으로 이용하기 쉬운 땅인데

우리나라는 산악지대 등이 많아 단순 면적 비교만으로는

열악한 현실감이 덜 살아난다는 것.

어디에 눈을 돌려도 푸르르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이

때론 부럽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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