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포장으로 무사히 중국 세관을 통과한
구룡포 과메기 파티 덕분에
첫째날 밤을 제법 왁자~하게 보내고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202호 4인실의 2층 침대 윗칸에는
1주일간 상해에서 멋지게 지내고
다음날 계림(꾸이린)으로 떠날 예정인
반듯하고 어여쁜 스웨덴 처자 2명이 묵고 있었다.
예전 호주 멜번의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독일여자애들이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문소리 발소리 쾅쾅대며 다녀 불쾌했던 기억이 있던 터라
아주아주 조심스럽지만 또 유쾌한 스웨덴 친구들이 마음에 들어
좀 더 이야기 나누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상해의 숙박시설이 난방이 안된다고,
뼈속까지 한기가 스며든다고,
그 누가 말하였던가...
담요, 두꺼운 타이즈, 가디건까지 챙겨 왔다가
밤새 하나씩 벗어던지고
종내는 이불까지 차고 잘만큼 훈훈했던 실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2층의 스웨덴 처자가 밤사이 중간중간 일어나
30도까지 계속 에어콘을 돌려준 모양이었다. 고마워~~!!
시계없이 이번 여행에 참가한 탓에
여행기간 내내 달쌉의 손목시계를 애타게 찾아다녔다.
정말 잘~ 잤다고 생각하고 일어나보니
새벽 5시 20분.
적당한 시간이다. 신새벽의 탐험을 나서기엔...
난 여행지마다 그 새벽을 보고 싶어한다.
화장기 없는 여인의 맨얼굴마냥
포장과 부자연스러운 치장이 걷힌 진정성을 보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잠시 인적드문 어스름한 도시가 다 내 것 같은 착각때문인지 모르지만
신새벽의 산책길은
내 여행에서 빠져서는 안 될 그 무엇이 되어왔다.
지도 하나 없이 숙소를 빠져나와
어제 우리가 걸었던 정반대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모든 길은 통하게 되어 있으니
방향감각만 잃지 않으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어있다는 것이
나의 작은 믿음이다.
혹여 생길지 모르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몇개의 포스트를 사진으로 남기고
조금 걷다보니...
생각지도 못 한 '강변'이 나온다.
가로등이 아직 켜져 있는 신새벽에
운동복을 입고 뒷걸음질치면서 하이얀 입김을 내뿜는 할아버지들.
**어두운 새벽녘의 강변
**크리스피나님께서 찍으신 사진 ; 체조하는 중국사람들
긴~ 카메라 삼각대를 지팡이 삼아 느리게 걷는
온 몸 가득 이방인의 냄새를 풍기는 이에게
그들은 선뜻 살가운 미소를 보내온다.
어...? 조금 의외네..
결코 깨끗하지 못 한 황포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기대서서
가로등불이 꺼지는 모습과
자전거로 바삐 움직이는 흑백영화 속의 인물들 같은 상해 서민들의 모습과
화려하게 치솟은 고층빌딩들이 이루는 스카이라인을
그저 묵묵히 지켜보다가
우리의 가곡 '옛날은 가고 없어도'를 목청껏 불러보았다.
무언가 조금 답답한 듯한 가슴 한 언저리가
살짝 시려온다.
돌아가자.
** 열심히 노래부르다~~
언제나의 새벽 산책길은
함께 온 일행과 무관히 혼자만의 길이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거의 없고
반드시 새로운 길로 돌아 원점으로 가는 것이
나름의 습관.
비내리는 축축하고 어두운 골목들을 훔쳐보며
지금쯤 호스텔 앞쪽으로 가면 무언가를 먹을 수 있겠다는
아주 원초적인 생각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중국에 온 느낌을 주는 붉은 네온의 간판.(새벽)
7시 15분 정도.
하이커 옆 골목엔 아침 먹거리를 장만하는 손수레가 들어섰다.
밀가루 반죽을 방망이로 주~ㄱ죽 늘리고
기름두른 번철에 올려 달걀 하나를 멋지게 깨서 풀고
파와 기타 재료를 위에 뿌린 다음
서양의 크레페 마냥 접어 주는 그 동작이 너무 재미있어
한동안 그 수레 옆에 서서 구경해본다.
**크리스피나님께서 올려주신 사진.
아, 참...
2층에서 준비를 끝낸 달쌉을 찾아
함께 아침을 먹기 위해 거리로 나와서
전날 저녁 비날님이 맛있다고 소개해준
허름한 국수집에서 국수 하나를 시켰다.
국물은 시원한데...좀 짜고 면이 덜 익은 듯 하다며
품평을 하고 있었더니
아침 식사를 마치신 마리아님 내외분이 보인다.
하하, 호호...
마치 몇년만에 만난 사람들처럼
반가운 인사들을 나누고 사진도 찍고...
**화덕에 구운 빵, 밥+튀김 주먹밥, 두유 등을 팔던 가게.
소집 시간이 다~ 되었다.
<지출내역>
아침식사(소채면) 4 위안
'그곳에서.. > 상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페 단체여행 ; 상해 7-둘째날 상해 야경 (0) | 2008.01.27 |
---|---|
카페 단체여행; 상해 6-둘째날 저우장 (0) | 2008.01.24 |
카페 단체여행 ; 상해 4-첫째날 상하이 (0) | 2008.01.23 |
카페 단체여행 ; 상해3-첫째날 인천 (0) | 2008.01.22 |
카페 단체여행; 상해 2-여행준비 (0) | 2008.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