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수빈엄마에게 한 줌 얻어온 사랑초 씨앗.
옹기뚜겅처럼 생긴 크고 납작한 화분에 술술 뿌리고 보니
습기 찬 손바닥에 자잘하게 붙어있는 것들도 있어
버리려 치워 둔 작은 플라스틱 화분, 마른 흙 위에 손바닥을 털었다.
혹시...싶어 무심히 물도 주고.
옹기 속의 사랑초 무더기는
얼마나 화려하고 당당한지
우리 베란다의 얼굴 마담이 되었고
옹색한 플라스틱 용기 속의 사랑초도 조붓하게
한 켠에서 제 몫의 생명력을 보이고 살았다.
연일 계속되는 빗소리와
습기 많은 공기를 가늠해보며
베란다 22개의 크고작은 화분 물주기를 조절하고 있었는데
구석에 있던 작은 사랑초 화분을 깜빡 잊었던가 보다.
폭염이 있던 어느 하루
여린 사랑초 줄기들이 모두 비틀어져 내려앉았는데
플라스틱 재질 싫어하던 마음 탓에
'잘 됐어, 버려야겠다'
쉽게 포기하고 방치...
빼빼 마른 흙이 담긴 화분을 버리려고 보니
무언가(?) 남은 듯한 묘한 느낌에 가슴이 '덜컹' .
부랴부랴 물을 주고 '나..몰라~'
잊은 듯, 또 잊지 않은 듯 습관적인 물주기 1주일 후..
오늘 아침 조심스레 다시 구석자리를 뒤졌는데
자그마한 키의 올망졸망한 사랑초 자주색 잎들과 연보랏빛 꽃망울까지
짱짱한 자세로 나를 맞는다.
뭉클함.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 여겼던
가볍고 먼지나는 자리 어느 한 구석에
저렇게 강인한 생명의 싹이 숨어 있었던가...
머릿속이 갑자기 환해지는 느낌과 함께
녀석이 무척 대견해 보인다.
바닥까지 다녀온 반짝이는 생명력,
우리 함께 나눠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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