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이틀연속 당직을 한 다음날 아침에
비몽사몽 멍~한 상태로 짐을 꾸리고
오후 6시 비행기를 타고 여름휴가를 떠났었다.
숙소에서 한풀듯 잠을 자고 일어나
느즈막히 시작했던 간사이 여행 일정.
4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찾은 교토는
그 더위 속에서도 꼭 다시 찾아오리라 다짐하게 할 만큼
독특한 자신만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눈앞이 노래질만큼
무모히 걷고 또 걸었던
그 하루의 아쉬움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Kei Ohno
Osaka 역에서 교토까지 운행되는 철도는
여러 유형이 존재한다.
신칸센, JR, 사철 + Rapid, Local 등등.
AM 7;44 Maibara행 JR 급행(Rapid) 열차를 타기로 하고
플랫폼으로 내려가서 한 청년에게 어느 쪽에서 타야 하는지 물었다.
(사실 배낭여행 때는 묻고 또 묻는다.
때론 알면서도 확인하기 위해, 때론 정말 몰라서..
그러다보면 현지 주민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건너편에서 타라기에
우리 일행은 우왕좌왕하며 건너편에서 줄 서 있었더니만..
갑자기 이 청년..허겁지겁 우리를 데리러 달려왔다.
차에 올라탔다가 얼른 내려 자신이 잘못 가르쳐 줬다면서
우리를 끌고 반대편 출발 직전의 열차로 모두 달 리 기~!!!
그 친구가 바로 카이 오노.
부인이 한국을 좋아해 서울을 두번이나 방문했었다고.
교토까지의 40분 동안 열심히 수다를 떨면서 왔다.
패키지 여행에서는 쉽지 않은 현지 주민 만나기 일단 성공~!
-금각사
날아갈 듯한 새 모양의 교토역사에서
교토버스 일일권(500엔)을 구입하고 바로 나선 곳이 바로 금각사.
지난 교토 방문시 헤메느라 시간이 늦어
바로 우리 눈앞에서 문을 닫는 바람에
아쉬운 마음에 그 앞에서 사진만 찍고 온
회한의 장소이다.
그땐 버스를 잘못타서 몇번이나 갈아타고
2시간이나 걸렸지만,
하하..이번엔 바로 한번에 쾌속 질주(?).
혹자들은 이야기한다.
'금각사는 금칠해 놓은 본당과 연못에 비친 그림자 찍고 나면 끝이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우리 노날 처자들은 남들이 다 우스갯소리로 한번씩 내뱉는다는,
'저거 진짜 다 금으로 만든거야?'
이런 이야기 안 했습니다.
다만, 좀 속상해 했지요.
얘네들 우리나라 나무 다~잘라가 놓구선
자기네는 몇백년 된 나무들 고이고이 모셔놓았다고.
우리나라의 경주 같은 오래된 도시 교토.
덕분에 10월 수학여행단 이라는 엄청난 파도에 밀려다녀야 했던 금각사입니다.
우리의 불국사나 석굴암처럼
어린 친구들의 필수 코스인가 보지요..
이리저리 사람들 제치고
마치 고즈녁한 일본의 절인양 사진 한장 찍기엔
만만찮은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암튼 그 연못에 고스란히 담긴 주변 풍경이 제법 운치 있네요.
하지만 우리 마음을 좀 더 끌었던 곳은
바로 이 산책길입니다.
일본의 절 어디에나 대부분 조성되어 있는 이러한 산책길은
아마도 명상을 위한 장치인지 모르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은각사만큼은 아니지만,
금각사의 은밀한 이 초록의 길도 우리에겐 편하고 매력있는 곳이었답니다.
관광지 어디에나 있다~!
동전 던지는 곳.
고즈녁한 분위기의 금각사 산책길 중간에
조금은 생뚱맞게 동전 가득 쌓인 돌부처상이 있었습니다.
'우리네 산사 가는 길엔
돌로 탑쌓기가 많은데, 얘네들은 웬 동전던지기?'
그러면서 모두 다 한번씩 1엔짜리 동전던지기 시도 들어갔는데...?
...
일행 중의 누군가가 말합니다.
일본사람들은 어디가나 뭐~그리 비는게 많냐고,
이런저런 터부나 미신 수준으로 꽤 수준급이라고요.
신사를 가든 ,절을 가든,
종교의 종류와 무관하게 만나게 되는 향로.
연기를 몸에 입힌다는 생각으로 손으로 향을 모으면
세속의 때가 정화된다고도 하고
복을 받는다고도 하고..
우리네 절도 우리의 민간신앙인 삼신당 같은 것을 수용하면서 뿌리내렸다고 보면
일본도 그랬을거야..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아침 첫 코스인 금각사 문을 나서면서
뒷문에 벌려진 시식코너에서 떡과 차를 얻어먹으면서 나왔습니다.
2년전, 아이스크림 자판기가 신기하다며
허탈하고 지친 가운데서도 자판기 아이스크림 들고 기념촬영했던
금각사 문전 버스 정류장.
료안지를 가기 위해 59번 버스를 기다립니다.
아이스크림?
역시..처음 간 제 동행들..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더군요..
'그곳에서.. > 일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년 4월 도쿄행 (0) | 2011.03.10 |
---|---|
우리끼리 간사이로-첫째날 (0) | 2006.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