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우리네와는 무관히
새파란 하늘과 유유히 떠있는 하이얀 구름 아래
묵묵히 세월을 견뎌온 낙선재의 자태.
안마당에서 본 낙선재(樂善齋).
낙선재를 들어서던 문 위 현판엔
대원군 친필로 '長樂門'이라 씌여 있었다.
단청없이 단아한 곳이건만
아름다운 창살문양,
서쪽방과 작은 마루를 잇는 만월창의 여유로움,
작은 마루 아래 서쪽방 난방(?)과 관련된 벽에 아로새겨진 얼음무늬의 위트 등으로
둘러보는 재미와 함께
어찌할 수 없는 품격을 느끼게 되는 곳.
순종 계비인 윤비와 이방자 여사까지 거처하셨다는
처연한 왕조의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있는 곳.
부엌인가...들어가 본 곳은
석복헌의 난방을 위해 마련된 공간.
그래..이 곳 역시 궁궐인데 수랏간이 따로 있었겠지...
시원한 질감의 한복을 입고 오셔서
보는 이들의 눈까지 시원하게 해주신 연오랑님은
어느사이 불을 넣는 곳을 살펴보시네요.
단순한 창살 너머로 쪼개진 햇살까지..
호기심 가득~ 해 보입니다.
사실..
낙선재, 석복헌, 수강재는
조선 헌종이 경빈 김씨와 어머니(?) 순원왕후를 위해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레드엔젤님께서 설명해 주신대로
축원의 의미 가득한 호리병과 박쥐 문양 이야기는
그분들의 시간을 되짚는 우리네에게
무척이나 흥미로웠지요.
先人들의 정신세계가 반영된 그 시절의 문화가
또 우리네의 시간 속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인지...
사실, 고백컨대...
햇살이 너무 뜨거워 착용한 선글라스는
카메라에 잡힌 피사체의 대체적인 윤곽 이외에
자세한 구도잡기를 포기하라고 종용하더라구요.
<석복헌> 현판글씨와 낙선재와는 다른 창살문양,
그리고 더욱 조촐해진 분위기를
어떻든지 하나 남겨야지...하는 의무감이 만든
허술한 샷...ㅉㅉㅉ.
외국의 위압적인 왕궁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오히려 답답한 공간인 듯 보여지던 낙선재의 뒤란-화계를 거쳐 오른 작은 언덕.
상량정은 우리가 오르지 못하였고
또 만월문 너머의 공간도 우리를 허락지 않았지만
비로소..
눈 앞이 시원하게 틔였다.
사극에서 보면서 선조들의 풍류를 상징하듯 여겨지던
그 만월문 너머의 풍경.
아름답다.
비그친날님, 연오랑님, 그리고 오봉님.
가슴아픈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순종의 마음이
세월이 흐르고흘러
오늘 평범한 남자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닿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담너머로 굽어보던 한양성내의 전경은
물론 지금과는 달랐겠지만...
윗분들이 보았을 동쪽 전경.
서울대병원 부속건물들이 없었다면
당시 임금님이 보시던 것과 비슷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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