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상해

카페 단체여행 ; 상해 11-4일째 ;난징 새벽시장

Therressa 2008. 1. 27. 22:51

언제 어디서든..

등만 대면 바로 취침모드로 직행하는 터라

어른들 중에선 가장 먼저 잠이 들었던 모양.

한참을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는데

몇 시인지 알 수도 없이 캄캄하여

이층 침대에서 내려와

건너편 이층 침대 위의 달쌉에게 올라가 시계를 찾았으나

시계찾기 실패.

 

일행들이 곤히 잠든 방을 빠져나오니

와우~~ 시베리아 벌판 처럼 바람쌩쌩 부는 복도..

아래층에 내려가 당직 근무중인 staff에게 시간을 물어보니

겨우 새벽 2시 20분 이란다, 쩝...

눈치보며 삐그덕거리는 대문을 열어 보았으나

차가운 비가 내리는 어두운 거리만 정물처럼 자리하고 있다.

어떡하나..아무튼 너무 추워 일단 방으로 복귀~!

 

머리맡의 취침등도 없으니

책읽기 혹은 일기쓰기 모두 불가능.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자리에 누워

누운 채 할 수 있는 모든 체조를 하다보니

드디어 좀 졸립다.

살풋이 든 잠을 깨우는 우렁찬 소리-'내가 먹을래~~'

누구일까..궁금함과 동시에

소리나는 방향으로 미루어 산들임이 의심되었고

삐져나오는 웃음을 틀어막느라 애쓰다 보니

땀만 삐질삐질..

다시 자기는 힘들 것 같아

까치걸음으로 욕실에 들어가보니

휴~~ 나오는 것은 얼음처럼 찬 물 뿐인데..

겨우겨우 새벽산책 채비를 마치고 방을 빠져나왔다.

 

비내리는 새벽 6시의 난징거리.

시계바늘을 30여년 전 쯤으로 돌려놓은 듯 한 묘~한 익숙함과

꼭 집어 말할 수 없으나 조금은 낯선 느낌 속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우산도 없이 아무 생각도 없이

발길 가는대로 가다보니

모르는 사이 두꺼운 오리털 파카가 젖어들며

함께 한기가 찾아온다.

캄캄한 새벽길..인적 드문 거리..

 

문득 사람냄새가 그리워 본능적으로 사람이 있을 거라 여겨지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가 작은 골목길 안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발견했다.

평상의 여행이라면 필수품이었을 지도 안에서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또 어디로 갈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을텐데

이번 여행은 완전한 백지 상태이니

지금 불빛이 새어나오는 곳이 어디인지

알 도리가 없다.

골목길로 접어드니 바로 야채장수 아줌마가 보이고

불빛 나오는 건물 안은 시장일 거라 추측되었는데, 빙고~!

 

**우리네 큰 시장과 똑같은 시장 건물내의 야채 상점.

 

 

**싱싱한 야채들.

 

**찹쌀떡 같은 것을 죽죽 늘려 익힌 쌀전병 혹은 밀전병??

빠른 손놀림이 경이로워 한참을 서서 구경했는데..정말 '예술'이었다. 

 

**이 가게..아주머니는 돼지껍데기를 가위로 자르고 있었는데..사진은 두부인 듯.

 

 

**시장내 정육점 천정에 걸린 고기가 담긴 비닐 주머니들. (중국식 쏘세지인가..??)

 

시장 건물 내에 우리네 정육점과 비슷한 가게들도 있었지만

시장 건물 외벽에 천막지붕을 얹고 형성된 정육시장은

이번 새벽시장 구경에서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시장 건물 내의 정육점에 주렁주렁 내걸린 통돼지(1/2)

 

**시장 건물 외벽에 설치된 천막 아래 형성된 고기시장.

 

우선 길이로 절반으로 잘린 통돼지를 큰 나무도마에 얹고

부위별로 하나하나 해체하며 순서대로 진열대에 나열하는데

두번의 칼질도 없이 단칼에 진행되는 해체작업이

경이롭게 보였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숨죽이며 오랜 시간 구경하는 낯선 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으련만,

물 흐르듯 부드럽게 작업을 진행하는 아저씨도 아줌마도

크게 개의치 않아 보여 더욱 프로답고 존경스러웠다. 

 

**부위별로 해체하여 따로따로 늘어놓고 팔고 있었다.

 

시장 내에서 보게 된 닭집.

어린 시절 우리네 시장 한구석에 있었던

철망 속에 갇힌 닭들과 오리들을 보자니

옛 추억들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온다.

정말 무서워 그 앞을 지날 때면

눈 감고 손을 엄마에게 맡긴 채로  '지났어, 지났어??' 연발했었는데..

 

**시장 한켠의 닭집. 오리, 닭, 달걀...

 

캄캄하고 인적 없던 상가와

또 한참을 걸어들어가 만났던 주택가들 

빙빙 돌다보면 다시 만나게 되었던 진회하 강물..

그 새벽녁에 헤매인 거리들을 기억하면

문득 살갗에 소름이 돋아난다.

인적 없는 자연은 아름답고 풍요롭게 느껴지기 십상이나

인적 끊긴 거리는 왜 늘상 을씨년스럽고 두려워질까..

 

**비에 젖은 부자묘 입구 상가들.